뭐부터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처음 기억나는 여행부터 주저리주저리 적어보기로 했다. 어쨌든 나의 여행은 언제나 갑자기 시작하는 법이니까. 그때는 10월, 내 친구 홍이 다음 휴가에 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고 그게 이 추억의 시작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대천 말고, 조금 멀리 떠나보기로 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괜찮은 바다를 알아보다가, 충북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결정했다.

 

휴가 나온 날, 우리는 만나서 육회에 소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나와 홍, 그리고 술자리에 없었던 친구 셋이서 다음날 떠나기로 했는데 새벽 3시인가, 4시인가! 잠을 자기엔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와 홍은 술자리에 없었던 친구 박에게 전화해서 당장 나오라고 했다. 아 물론, 굉장히 정중하게 부탁했다. 아마 이 당시에 박은 공장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퇴근하고 잠든 지 두시간 만이었을 거다. 그래도 정중하게 부탁... 했으니까 사랑한다 친구야.

 

친구야 고맙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미안한 일이 두 번 다시 있을까 싶은데, 욕을 엄청 하면서도 친구 둘을 위해 나와준 박에게 항상 감사한다. 이 여행이 벌써 1주년이라, 엊그제 박에게 연락해서 또 고맙다고 했다.

 

어쨌든 박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우리 앞에 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이게 우리 고생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멍청하게 출발했다.

'익산역 - 대천역 - 대천/보령종합버스터미널 - 태안고속버스터미널 - 만리포해수욕장행 버스'

이 어마어마한 뚜벅이들의 멍청한 여행이 시작해버린 것이었다.

 

오전 05:00 박과의 만남

오전 05:30 익산역 출발

오전 06:40 대천역 도착

오전 08:20 대천/보령종합버스터미널 출발

오전 09:50 태안고속버스터미널 도착

오전 10:20 만리포해수욕장행 버스 출발

오전 11:10 만리포해수욕장 도착

 

그리고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이렇게 여행하는 추억을 남기는 것.

물론 중요하지만 멀리 여행갈 때는 차가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홍의 점프력은 대단해

그렇다, 우리는 밤을새고 여섯시간만에 드디어!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 사이사이 자면서 체력을 비축하며 바다에 도착해서 놀면 되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 개뿔. 피곤해서 도착하자마자 따듯한 바닥에 우리는 모두 잠들었다.


혹시 태안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을 중에, 우리와 같은 바보 여행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시간표를 남깁니다.

 

근데 이걸 누가 따라해

익산~대천 이동 05:30 (기차)  대천~태안 이동 08:20 (버스)  태안~만리포 이동 10:20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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