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스키복! 예쁜 색깔이고 뭐고 없다 그냥 사이즈 맞는 거 다 빌려 입는 거지. 스키도 못 타는 것들이 허세로 다 보드 받아 왔다. 덕분에 무릎 다 박살났음. 저 경사 어마무시한 곳이 ★초급자코스★였다. 이 보드라는 게 참 어렵더라. 처음 탈 때 완전 겁났다. 물론, 두 번째 내려올 때도 완전 겁났다. 그래서 저 코스 내려오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한 일미터 가서 넘어지고 일어나고. 이게 연골이 젊어서 가능한 일이다. 나중에 체력 달리면 그냥 코스에 누워서 잠들 것 같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우리. 리프트 타는 것도 신났다. 조금 멀미가 나긴 했지만, 아래 내려다보면서 가니까 재밌었다. 난생처음 스키장 가는데 신이 안 날 리가 있을까. 살면서 넷 다 보드 처음 타봐서 겁났다. 운동신경 없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못 탔고, 여농, 찬, 원은 그래도 그럭저럭 잘 타더라. 나중에 여농과 찬은 중급자 코스도 타더라. 무서운 놈들.
이게 경사가 별로라고 생각되는데, 막상 타니까 되게 빨리 미끄러져서 놀랐다. 보드 배운 적도 없으니까, 속도 조절하다가 부딪힐 것 같으면 그냥 넘어져 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타니까 무릎 아작나고, 엉덩이 아작나고, 손목 아작나고. 근데 그만큼 재밌었다. S자로 탈 줄 모르니까 그냥 직진으로 내려가는데 진짜 속도 장난 아니더라. 내 체감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져서 그런가, 잔뜩 겁먹고 탔다.
그 결과, 이렇게 안전그물에 박혔다. 보드라서 일어날 수도 없고 발에 손 안 닿아서 풀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위에는 리프트 지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비웃었다. 나는 그 사람들한테 손 인사 하면서 수치스러움을 만끽했다. 나쁜 놈들이 꺼내달라니까 와서 사진 찍고 놀리고 자식들이 말야. 뭐, 이 뒤로 딱히 남긴 사진은 없다. 계속 스키 타고 지쳐서 저녁 먹고 또 타고 타고 타고.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스키장 또 안 갈래. 무릎이랑 허리 너무 아팠어, 엉덩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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